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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몇 년 전, 어려움에 처한 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하여 이자 없이 3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친구 사이라서 차용증을 작성해 달라고 하기가 조금은 겸연쩍기도 하여 차용증은 받지 않았지만, 그 대신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때, 증거용으로 백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3매를 인출해 이를 복사해 둔 후에 친구를 만나 건네주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갑자기 돈 쓸 일이 생겨 친구에게 빌려 간 돈 3백만 원을 갚으라고 했는데, 황당하게도 돈을 갚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어려울 때 경비로 쓰라고 준 것 아니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오더니 지금까지 돈을 갚을 생각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돈을 빌려줄 당시는 친구와 둘만 있었기 때문에 증명해 줄 사람이 없지만, 당시 복사해 놓은 수표가 있으니 이를 증거로 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친구에게 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답변)
복사한 수표가 있다고 해도 차용증이 없으면 증거가 없는 것이어서, 소송을 해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귀 사례와 매우 비슷한 사건을 의뢰받은 적이 있어, 당시 재판내용을 말씀드리면 답변이 될 것 같습니다. 제1심에서 의뢰인은 복사한 수표와 대여금을 인출한 예금통장 사본을 첨부하여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대방은 답변서에서 원고로부터 수표로 대여금을 건네받은 사실은 인정하되, 차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고와 친한 친구관계로 어려울 때 경비로 사용하라고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1심 판결 결과는 대여를 주장하는 원고가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상대방이 대여금을 건네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대여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고가 경비조로 사용하라고 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판결 결과도 제1심과 같은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는 또다시 불복해 상고했고, 상고이유에서도 구체적으로 타당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밝혔지만, 상고심 판결 결과도 입증책임이 있는 원고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상고기각 되어 결국제1심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구 등 지인 사이에 돈거래가 있을 때, 차용증을 주고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며 싸웠음에도 결과적으로 패소했던 위 재판 결과를 보신다면, 상대방이 귀 사례에서와 같이 차용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 차용증 등 빌려주었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는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한다고 해도 패소해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친구 사이라 하더라도 돈을 빌려줄 때는 반드시 차용증을 받아야 합니다. 만일 차용증을 받기에 곤란한 상황이라면, 현금으로 직접 건네줄 것이 아니라 통장으로 입금하되, 빌려주는 돈이 ‘대여금’이라는 사실이 표시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대처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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